<능소화>

업신여길 ‘능’
하늘 ‘소’
꽃 ‘화’
하늘을 업신여기는 꽃

한여름, 공격적인 날씨에도 기어코
제 모습을 피어내서 그런 이름이라고 한다.
마치 태풍의 눈 같다.
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태풍과 다르게
그 안은 더없이 고요하다던데
어쩐지 쥐어짜낸 화려한 얼굴에 마음이 서늘해지던 것은 그 때문이었나.
발길 닿는 길목, 어느 집 담장, 전봇대, 도로 옆 난간.
마주치는 자리마다 눈길을 붙잡고 속삭인다.
“아무리 난리를 쳐도 무엇이든 붙잡고 어떻게든 핀다.”

